남들 다 괜찮다는데, 혼자만 유독 춥거나 덥다고 느끼신 적 없으신가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 정리가 다른 사람보다 두 배는 힘든 분들이라면 이 글을 주목해야 합니다. 어쩌면 단순히 추위나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 문제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증상은 우리 몸의 온도 조절 시스템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으며, 그 중심에는 ‘미만성 갑상선 질환’이 있을 수 있습니다.
미만성 갑상선 질환 핵심 요약
- 미만성 갑상선 질환은 갑상선 전체에 염증이나 기능 이상이 발생하는 상태를 말하며, 주로 자가면역질환이 원인입니다.
- 갑상선 호르몬 분비량에 따라 기능 항진증 또는 저하증으로 나뉘며, 이는 신진대사 속도를 조절하여 체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혈액 검사와 갑상선 초음파가 필수적이며, 원인에 맞는 꾸준한 약물 치료와 생활 습관 관리가 중요합니다.
미만성 갑상선 질환이란 무엇일까요
‘미만성(diffuse)’이라는 단어는 ‘전체적으로 퍼져있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따라서 미만성 갑상선 질환은 갑상선 결절처럼 특정 부위에 혹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갑상선 전체에 염증이나 기능적 변화가 나타나는 상태를 총칭하는 말입니다. 이는 단일 질병이라기보다는 여러 질환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갑상선은 무게가 약 20g 미만으로, 겉으로 보거나 만져지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미만성 갑상선 질환이 발생하면 갑상선이 전반적으로 커지는 갑상선종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은 바로 ‘자가면역질환’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자기 자신의 갑상선 조직을 공격하는 것인데, 이때 자가항체 또는 항갑상선항체라는 물질이 만들어집니다. 이 자가항체가 갑상선을 어떻게 공격하느냐에 따라 대표적으로 두 가지 질환, 즉 그레이브스병과 하시모토 갑상선염으로 나뉩니다.
그레이브스병과 하시모토 갑상선염
그레이브스병은 자가항체가 갑상선을 지속적으로 자극하여 갑상선 호르몬을 과도하게 분비하게 만드는 질환입니다. 이로 인해 갑상선기능항진증이 발생하며, 우리 몸의 신진대사가 지나치게 활발해집니다. 반대로 하시모토 갑상선염은 면역 세포가 갑상선 세포를 서서히 파괴하여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이 과정에서 갑상선 기능이 점차 떨어져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두 질병은 발병 원인이 비슷하여 한 사람에게서 두 가지 모습이 함께 나타나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한 질환에서 다른 질환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우리 몸의 보일러, 갑상선 호르몬의 역할
갑상선이 우리 몸의 체온 조절과 깊은 관련이 있는 이유는 바로 갑상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때문입니다. 갑상선은 우리 몸의 ‘보일러’에 비유되곤 하는데, 이는 갑상선 호르몬이 신체 대사 균형을 유지하고 체온을 조절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갑상선에서는 주로 T4(티록신)와 T3(삼요오드티로닌)라는 두 가지 갑상선 호르몬이 만들어집니다. 이 호르몬들은 우리 몸의 거의 모든 세포에 영향을 미쳐 에너지 생산과 소비, 즉 신진대사 속도를 조절합니다.
이러한 갑상선 호르몬의 분비는 뇌하수체에서 나오는 갑상선자극호르몬(TSH)에 의해 정교하게 관리됩니다. 혈액 속 갑상선 호르몬 농도가 낮아지면 뇌하수체는 TSH 분비를 늘려 갑상선이 호르몬을 더 만들도록 신호를 보냅니다. 반대로 농도가 높으면 TSH 분비를 줄여 생산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항상성을 유지합니다. 미만성 갑상선 질환은 바로 이 조절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장 난 온도 조절 장치 갑상선기능항진증과 저하증
미만성 갑상선 질환으로 인해 갑상선 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 몸의 온도 조절 장치가 고장 난 것처럼 극심한 더위나 추위를 느끼게 됩니다. 이는 각각 갑상선기능항진증과 갑상선기능저하증의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에너지를 과도하게 태우는 갑상선기능항진증
그레이브스병 등으로 갑상선기능항진증이 발생하면, 필요 이상으로 많은 갑상선 호르몬이 분비되어 몸의 신진대사가 극도로 빨라집니다. 이는 마치 보일러가 통제 불능 상태로 계속 가동되는 것과 같습니다. 이로 인해 여러 증상이 나타납니다.
- 더위: 몸에서 계속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더위를 참기 힘들어하고 땀을 많이 흘립니다.
- 체중 감소: 식욕이 왕성해져 많이 먹는데도 불구하고 살이 빠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 심장 두근거림: 심장 박동이 빨라져 늘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손떨림: 신경이 예민해지고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안구 돌출: 그레이브스병의 특징적인 증상으로, 눈 뒤쪽 조직에 염증과 부종이 생겨 눈이 앞으로 튀어나오는 갑상선 안병증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 기타 증상: 이 외에도 잦은 배변이나 설사, 월경 불순, 피로감, 탈모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에너지 생산이 부족한 갑상선기능저하증
하시모토 갑상선염 등으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되면,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해져 신진대사가 느려집니다. 보일러의 불이 약해져 집 안이 추워지는 것과 같은 상태입니다. 이로 인한 증상은 항진증과 정반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추위: 에너지 생산이 줄어들어 몸에서 열을 충분히 만들지 못해 남들보다 추위를 심하게 느낍니다.
- 체중 증가: 식욕은 없는데도 신진대사가 느려져 몸이 붓고 체중이 늘어납니다.
- 만성 피로: 몸에 에너지가 부족해 항상 무기력하고 피곤함을 느낍니다.
- 피부 건조 및 부종: 땀 분비가 줄어 피부가 건조하고 거칠어지며, 얼굴이나 손발이 붓는 부종이 생길 수 있습니다.
- 기타 증상: 기억력 감퇴, 집중력 저하, 변비, 우울감, 쉰 목소리, 월경 과다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 구분 | 갑상선기능항진증 | 갑상선기능저하증 |
|---|---|---|
| 체온 민감도 | 더위를 못 견딤 | 추위를 심하게 탐 |
| 체중 변화 | 식욕 증가에도 체중 감소 | 식욕 감소에도 체중 증가 |
| 심장 박동 | 빠름 (빈맥) | 느림 (서맥) |
| 피부 상태 | 따뜻하고 축축함 | 차갑고 건조함 |
| 정신 상태 | 불안, 과민, 안절부절 | 우울, 무기력, 기억력 감퇴 |
| 소화기계 | 설사, 잦은 배변 | 변비 |
정확한 진단과 관리의 중요성
다른 사람에 비해 유독 덥거나 춥고, 앞서 언급된 증상들이 동반된다면 내분비내과를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만성 갑상선 질환의 진단은 주로 혈액 검사와 갑상선 초음파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 혈액 검사: 혈액 내 TSH, T3, T4 호르몬 수치를 측정하여 갑상선의 기능 상태를 평가합니다. TSH 수치는 갑상선 기능의 가장 중요한 지표로, 기능저하증일 때 상승하고 항진증일 때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또한, 자가항체(항갑상선항체) 수치를 확인하여 그레이브스병이나 하시모토 갑상선염 같은 자가면역질환 여부를 판단합니다.
- 갑상선 초음파: 초음파를 통해 갑상선의 전체적인 크기와 모양, 염증 정도를 시각적으로 확인합니다. 미만성 갑상선 질환의 특징적인 염증 소견을 관찰하거나, 동반될 수 있는 갑상선 결절의 유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원인에 따른 맞춤 치료
진단 결과에 따라 원인 질환에 맞는 치료가 진행됩니다. 대부분의 미만성 갑상선 질환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이지만, 적절한 치료를 통해 충분히 건강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갑상선기능항진증 치료: 주로 갑상선 호르몬 생성을 억제하는 항갑상선제를 복용하는 약물 치료를 시작합니다. 약물 치료로 조절이 어렵거나 재발이 잦은 경우, 방사성 요오드 치료나 갑상선 일부 또는 전체를 제거하는 갑상선 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갑상선기능저하증 치료: 부족한 갑상선 호르몬을 약물로 보충하는 치료를 합니다. ‘신지로이드’와 같은 합성 갑상선호르몬제를 매일 복용하며, 혈액 검사를 통해 적정 용량을 조절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평생 약물 복용이 필요하지만, 이는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하는 개념이므로 큰 부작용 없이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일상 속 건강한 생활 습관
약물 치료와 더불어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갑상선 기능 안정과 전반적인 면역력 관리에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식단 관리는 갑상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균형 잡힌 영양 섭취: 갑상선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양소들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셀레늄, 아연, 비타민D 등은 갑상선 호르몬 대사와 면역 체계 조절에 도움을 줍니다. 브라질너트, 해산물, 버섯, 달걀 등에 이러한 영양소가 풍부합니다.
- 요오드 섭취 주의: 요오드는 갑상선 호르몬의 원료이지만, 섭취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시모토 갑상선염으로 인한 기능저하증 환자는 적절한 요오드 섭취가 필요하지만, 그레이브스병 환자는 과도한 요오드 섭취 시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김, 미역 등 해조류 섭취를 조절해야 할 수 있습니다.
- 스트레스 관리와 꾸준한 운동: 스트레스는 자가면역질환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명상, 요가, 취미 활동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한 신체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난히 덥거나 추운 증상은 단순히 체질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와 체온을 조절하는 중요한 기관인 갑상선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만약 지속적인 피로감, 체중 변화, 심장 두근거림 등 다른 증상과 함께 체온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내분비내과 전문의와 상담하여 정확한 원인을 찾고 건강을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정기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